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기획인터뷰-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강동희 산악인

by 씨투운짱 2025. 1. 16.
반응형

어떤 사람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강동희씨를 굳이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열정과 도전”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를 알고 지낸 지난 10여년의 시간동안 그는 열정을 가지고 많은 도전을 했고, 성과를 만들었고, 또 만들어 가고 있다.

최근에 그의 도전 목표는 ‘전문 산악인’이다.

만나면 자신을 전문 산악인으로 불러 달라는 그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어보자.

기획인터뷰-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강동희 산악인

 

Q간단하게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복잡한데 간단히 소개해야 하나요?  이민 초기 7년 가량 교육원 행정원으로 근무했고요. 퇴직 후 인터넷쇼핑몰과 김치공장을 운영했었는데 실폐하고 지금은 스프트웨어 개발과 산악가이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자칭 전문 산악인, 타칭 나부랭이 산악인 강동희입니다. 

 

Q 카자흐스탄에 정착하게 된 계기와, 이 곳에서 등반을 시작하게 된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A. 혹시 거창하고 현란한 스토리를 기대 하신건 아니시겠지죠? 한국으로 유학온 고려인 아가씨 쫄쫄쫄 따라 다니다 보니 여기까지 쫓아오게 되었네요. 한국에서 십년가량 거주하고 자녀 둘과 함께 약 12년 전에 알마티로 이주하였습니다. 

 등반을 시작한 스토리라고 하셨나요? 

음… 고개만 들면 항상 같은자리에 우람하게 서있는 천산의 존재를 오랜 기간 모르고 살았어요. 2019년 절단장애인으로 구성된 10여명  트레킹팀을 안내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경험이 저에게 큰 자극이 된 거 같아요. 의족 의수 도움을 받아 불편한 걸음으로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아프리카 최고봉 해발 5895m)까지 다녀왔다는 얘기를 듣고 솔직히 저는 하나도 놀라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킬리만자로가 하이애나와 표범들이 노니는 노랫말에 나오는 야생 초원 즘 되는줄 알았으니까요. 그만큼 저는 산에 대한 지식도 관심도 없었어요. 

당시 장애인 트래킹팀 인솔자 문승영 씨를 알게 되었는데 이분도 킬리만자로만큼이나 유명한 분인데 저의 무지와 무관심으로 인해 처음에는 여행사 직원이나 되는 줄 알았지요. 알고보니 비행기를 타고 가도 지루할 것만 같은 히말라야 산맥 4000키로를 횡단한 한국 최초 산악인이자 오지여행가였지 뭐에요. 설악산국립공원 산악구조대, 작가, 강사, 다수의 방송출연 등 업계에서 꽤나 유명한 분인데 장애인을 모시고 이곳까지 온 것을 보고 감동도 받고 상처도 받고 반성도 하게 되었죠. 

그러던 차 멀리보이던 천산의 여러 봉우리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때마침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던 골든투어 여행사 진재정 대표 소개로 천산산악회를 알게 되었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매주 산에 오르고 있습니다.  

 

Q.  한국인 최초로 카자흐스탄에서 전문 산악인 과정을 밟고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이 도전을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는 무엇이었으며, 이 과정이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까? 

A. 앞서 언급한 문승영 오지여행가가 대한산악연맹 오지탐사대원을 이끌고 알마티에 재차 방문했을 때였어요. 당시 탈가르피크(해발 5000m)를 목적지로 몇 달 전부터 대원을 선발해 훈련을 마친 상태였지요. 저에게 가이드 의뢰가 들어왔지만  탈가르피크에 대한 경험과 정보가 저에게는 없었어요. 탈가르피크는 지금까지 경험했던 산과는 차원이 다른 곳이에요. 히말라야 원정 다큐멘터리 영상에서나 봤던 장애지형이 모두 존재하는 곳이에요. 실재로 포터를 고용해야 하고 순차적으로 고도를 올려 고소적응을 하면서  보름정도 운행해야합니다. 이때 정보 수집차 여러 전문산악인과 소통하면서 저의 부족한 점을 깨닫게 되었지요. 

   또다른 동기는..  6년 남짓 한주도 안 빠지고 산에 가다 보니 정말 안 가본 곳이 없게 되었어요. 같은 장소를 수차례 간적도 많으니까요. 계절과 날씨 경로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산행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같은 경로를 지나면서 암석과 빙하 빙벽 구간을 우회하는 소극적인 저의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로프와 피켈(빙하 지대 설벽 또는 빙벽에 사용하는 도끼)을 들고 그곳으로 당당히 향하는 다른 팀들의 모습이 정말 부러웠어요.  이 두가지가 제가 전문산악인 과정에 도전하게 된 가장 큰 동기였던 거 같아요. 

  등산을 시작하기 전에도 문란한 취미생활로 집안에 온갖 장비와 서적들이 한 가득이었어요. 장기간 첨단 기술을 동원해 조성한 비자금의 산물들을 일순간에 처분하고 등산에만 집중하기로 했어요. 인증서를 받고, 어디어디를 올랐고 그런 기록보다 중년에 접어들어 새롭게 무언가에 집중하고 배워가면서 진짜 나의 모습을 찾아가는 거 같아 기쁩니다. 그게 저에게 큰 의미인 거 같아요. 

 

기획인터뷰-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강동희 산악인_2

Q. 최근에 중요한 인증서를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인증인지, 그리고 이 인증을 얻기까지 어떤 노력과 어려움이 있었는지 자세히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앞으로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도 함께 이야기해 주세요.

A. 현지 산악연맹에서 산악인이라 칭해주는 것입니다. 사실 정식 산악가이드 자격을 받고 싶었는데 필기 시험과 인터뷰에 계속 막혀 그까지 이르지 못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자꾸 떨어져서 불쌍해서 뭐라도 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 전문가 과정이라 하지만 커리큘럼이 그렇게 체계적인 거 같지는 않더라구요. 그래서 서적과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 공부를 많이 했어요. 배운 것들은 항상 놀이터에 가서 철봉에 로프를 걸고 실습을 했었습니다. 특히 빌레이 장비(로프에 고정하여 추락을 방지하고 하강하거나 동료를 내려주는 확보 장치)경우 로프의 굵기와  탄성 여부 심지어 제조사에 따라 장비들이 다르게 반응하거든요. 보통 교육기관이나 현지 산악인들 경우 탄성이 없는 노후된 굵은 로프를 많이 사용하는데 제가 갖고 있는 장비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해 애를 먹은 경우가 많았어요. 다양한 조합을 연구해 이제는 어떤 공용장비에도 대응할 수 있게 요령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항상 짧은 로프를 휴대하고 다니면서 매듭을 반복 연습했어요. 실제 상황처럼 두꺼운 장갑을 끼고 한손으로 심지어 보지 않고 할 수 있도록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어려움이라기 보다는 위험했던 적이 몇차례 있었습니다. 말라죠쥐느이 피크는 크게 네 루트가 있는데 트레킹으로 갈 수 있는 두 코스와 암릉릉 코스 하나 그리고 빙벽 코스가 있어요. 어느정도 훈련이 된 대원들을 꾸려 빙벽루트로 등반하던 중 추락 사고가 있었어요. 선등자가 아이스스크류(얼음에 박는 가래떡 굵기의 나사산이 있는 금속 파이프)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실수해 추락했는데 추락하다가 아래에 있는 다른 대원들과 충돌해 큰 사고를 당한적이 있어요 모두 산악구조대원의 도움으로 후송되어 병원에 실려갔어요. 또한번은 카스카바스봉 트케킹 중 하산길 설벽구간에서 추락한 적이 있었는데 초행길에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 방심해서 생긴 사고였어요. 산악 사고는 자신의 부주의로 다른 팀원까지 위험에 빠드릴 수 있어서 장비에 대한 이해 체력과 기술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도전하면 정말 위험합니니다. 그래서 꼭 자기 수준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고 필요한 경우 노련한 가이드의 안내를 받을 것을 권장합니다. 

 

기획인터뷰-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강동희 산악인_3

Q. 카자흐스탄 자연이 특별히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카자흐스탄에서 경험했던 가장 인상적인 등반 에피소드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카자흐스탄은 지역마다 큰 특징을 갖고 있어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고 저의 활동무대인 천산산맥의 큰 가지인 일리알라타우산맥 위주로 말씀드릴게요. 일리알라타우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알록달록산 또는 얼룩산으로 직역할 수 있어요. 알록달록하기로는 우리나라 설악산만 못해요. 

하지만 제가 느끼는 알록달록이란 계절뿐만 아니라 하루에도 여러차례 변하는 산의 모습 그리고 다양한 지형이 사계절 내내 펼쳐져 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동안 제가 안내했던 산악인들의 말에 의하면 며칠동안 식량을 짊어지고 가야만 경험할 수 있는 지형과 설산의 풍경을 당일 볼수 있는 곳이 이곳 알마티뿐이라고 하더라구요. 중앙아시아의 알프스란 별명이 괜히 붙은게 아니에요.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라~~~ 며칠 동안 능선따라 여러 봉우리들을 찍으며 운행하는 트레킹 방식을 전문용어로 도장깨기라고 해요. ㅎㅎㅎ 제가 붙인 이름입니다. 

22년 6월 즘 관강객과 함께 도장깨기를 하고 있는데 대략 해발 3000미터 부근 고개에 캠프를 쳤어요. 텐트 안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야생동물 무리가 캠프를 둘러싼 적이 있었어요. 터벅터벅 걸음소리와 거친 숨소리에 관광객들이 많이 놀랬지요. 텐트 문을 살짝 열어 봤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암흑? 사실은 야생 동물의 몸통이었어요. 밤이었고 눈이 내리고 있어서 자세히 보지 못했고 동물들을 자극할까봐 사진도 못 찍었어요. 한참 후 눈이 그치고 동물들이 저만치 멀어졌을 때 한두 마리가 아니란 걸 알게 되었지요. 

 

Q. 카자흐스탄에서 현지인 배우자와 가정을 이루고 두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고 계신데, 자녀 교육을 포함해 예비 다문화 가정 구성원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 아내 말을 잘 듣자. 집에서는 한국말로 말하자. 끝으로 모든일에 정성을 다하자” 입니다. 이것 말고는 저에게 특별한 노하우가 없습니다. 

 

강동희씨는 전문 산악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국 전문산악연맹과 교류하며 현지에서 가이드를 담당하기도 했고, 등산을 좋아하는 한국 관광객을 안내하면서 현지 산악연맹을 통해 다양한 교육 과정을 거치고 있다. 전문 산악인이라는 생소하고 쉽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강동희씨의 꿈과 선택을 응원한다.                      /한인신문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