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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인터뷰-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 아그로플루스 김훈 대표

by 씨투운짱 2023.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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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태초부터 인류 문명의 근간이 되어 왔다. 농업은 인간이 소비할 식량, 섬유, 연료를 제공하기 위해 농작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기르는 예술이자 과학이다. 농업은 생계형 농업에서 현대의 상업적 농업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에 걸쳐 발전해 왔다.

인류 문명의 근간이 되는 농업을 카자흐스탄에서 16년째 이어오고 있는 아그로플루스 김훈 대표가 한인신문에서 진행하고 있는 기획인터뷰-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여섯번째 주인공이다.

김훈 대표는 한국의 원광대학교 농생명대학 학사를 마치고 카자흐스탄 국립농업대학교에서 석사를 취득했다.  

카자흐스탄에서 필자가 알고 있는 한국과 카자흐스탄 농업에 가장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가진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김훈 대표가 될 것이다.

아래는 김훈 대표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한국형 스마트팜 중앙아 수(진)출 활성화 방안 협의회에서  ‘카작 내 스마트팜 현황과 유망 품종’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는 김훈 대표의 모습 ©한인신문

Q. 간단한 본인 소개와 카자흐스탄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말씀해 주세요.

소개에 앞서 교민 중 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분도 계시고, 말씀하신 것처럼 농업이라는 분야를 교민도, 그리고 현지에서도 그렇게 뭐 엄청나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농업 분야에 있다는 이유로 저까지 인터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제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2007년 현지 농업 상황을 보고 판단해 달라는 카자흐스탄 알마티주 정부의 요청을 받고 농업 전문가로서 파견되어 현장을 보러 왔었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알마티주 정부에서 초청해 농업 전문가로 와서 일을 하게 되었고, 그 후 광활한 카자흐스탄 땅을 보고 농업에 대한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 ‘여기에 정착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아그로플루스’라는  농업회사법인을 설립 하고 지금까지 카자흐스탄에서 농업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잠깐 앞에서 언급하기는 했지만, 카자흐스탄에서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처음 카자흐스탄에 와서 약 1년간 알마티주 정부 일을 돕다가 이후 농업법인을 설립 하여 영농을 진행하였고 , 2010년  조경 자격증과 현지수목 및 식재  경험 등을 바탕으로 우림애플 타운 조경을 담당하는 서울랜드 스케이핑의 법인장으로 일했습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우림건설이 조성한 애플타운의 조경공사 시공과 하자보수 및 유지관리 관련 일을 했고,  비닐하우스 등 영농을 병행 했습니다. 

2013년 농업 진흥청에서 발주한 골든씨드 프로젝트의 연구원으로 중앙아시아에 한국의 씨감자 수출과 적응성 테스트, 품종 등록 후 판매 등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고,  프로젝트가 종료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4년에는 카자흐스탄 농업 상황이 궁금하기도 하고 한국과 연계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궁금해서 카자흐스탄의 농업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카자흐스탄에서 제일 큰 농업 대학인 카자흐스탄 국립농업대학원 석사 과정에 진학했습니다. 진학 후 만 2년이 지난 2016년 7월 러시아어로 콩의 점적관수가 수량증대에 미치는 영향에 관련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러시아어 실력도 한 단계 늘게 되었고, 카자흐스탄 농업 상황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2016년 지금은 한국 농업 기술진흥원으로 명칭을 바꾼 농업기술 실용화재단의 초청연사로 농생명 융합페어 행사에 카자흐스탄 농업을 소개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때 카자흐스탄에 관심을 갖게 되어 카자흐스탄 국립 농업대학교, 작물 토양연구소, 국립 감자채소연구소와 상호 MOU를 체결하고 이곳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후속 사업으로 ‘카자흐스탄에 스마트팜 테스트 베드를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2017-8년 스마트팜을 카작 현지에 알리다가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농림부가 합의해 1헥타 규모의 스마트팜을 지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건은 완공 후 5년 동안 학생 교육과 기술 전수, 그 후 카작 국립농업대학교에 스마트팜을 이양하는 내용입니다. 2020년과 2021년에 걸쳐 설계하고 계획해  완공 후 지금은 딸기와 토마토 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 한국 농업기술진흥원의 해외 농업 전문가 겸 코디네이터 운영사 위탁을 받아 기술 컨설팅 및 온실 감리  업무를 총괄 관리해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지(야외)에 한국의 농기자재, 예를들면  종자, 관리기, 멀칭 비닐, 점적관수 시스템, 비료 등을 현지에서 테스트하고 시연회를 통해 대학과 업계종사자 그리고 코트라와 협력해 바이어를 초청하여  홍보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카자흐스탄과 한국 농업이 어느 정도 격차가 있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카자흐스탄에서 앞으로 기대되는 농업 트랜드와 어떤 혁신이 필요한지 그 이유를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그동안 카자흐스탄은 농업에 큰 비중을 두지 않은 국가였다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카작인의 대부분은 유목민으로 목축 위주의 축산업이 중심이 되어 있는 상황으로 작물재배농업은 소련 시대 때부터 카작 민족이 주가 아닌 주로 러시아 민족이나 그 이외 소수 민족, 특히 고려인이 큰 부분을 차지해 대량 식량농업 형태로 이어져 왔습니다. 

단위 면적당 수확량을 올리는 집약적 농업이 아니라 넓은 대지에 많은 씨를 뿌려 효율적인 면에서는 떨어지지만 생산 면적으로 단점을 상쇄시키는 시스템이었고,  하지만 카작 현지의 대량 농업은 한국보다 오히려 발전돼 있다고 보여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양국 농업이 가진 장점을 잘 접목하여 높은 단계의 접목인 아닌 순차적으로 발전 시켜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식량자급과 세계적인 곡물전쟁 시대에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개선 되길 바랍니다.

조금 폭넓게 이야기하자면 카작농업을 스마트 파밍(스마트 농업)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중 하나가 스마트 팜 입니다.  스마트 팜은 일정한 건물, 주로 온실을 많이 생각하는데, 스마트 파밍의 범주 안에 스마트 팜이 포함됩니다. 

스마트 파밍의 범주에는 축산도 될 수 있고, 어류 양식, 아쿠아포닉이라고 위쪽에서는 식물을 키우고 밑에서는 물고기를 키우는 것 등 다양한 범위가 해당이 된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일반인들은 스마트 팜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카자흐스탄에서도 상용화 된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팜을 시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저희가 지어 놓은 온실을 견학하고 기술적인 것은 훌륭한데 투자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기술이 집적된 2단계 스마트 팜을 카작 현지에 바로 접목하는 것은 시간이 걸릴것으로 판단되고, 조금 낮은 단계 그러니까 비가림 온실에서부터 단순하게 창문 개폐되고 관수 되고, 온실 기온이 올라가면 포그 분무로 온도를 낮춰주는 정도로 시작하면 현지 시장 접근이 쉽고 카자흐스탄에도 유익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카자흐스탄은 종자 사업을 위한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종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후 요건이 중요합니다. 한국의 종자 관련 기업이 중국을 거쳐  현재 동남아로 진출해 있는데, 동남아는 습한 기후라 종자 생산량은 많지만, 품질 좋은 종자를 생산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은 종자생산에 좋은 기후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후가 건조하고 일조량이 풍부한 카자흐스탄에 한국의 종자 관련 기업이 진출한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 다른 한가지는 앞에서도 말씀드렸듯 카자흐스탄은 목축 위주의 국가로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축산 폐기물(분뇨)입니다. 그리고 도축시 발생하는 피도 문제가 될겁니다.

축산 폐기물은 지금 세계적으로 같이 고민하는 온실가스 발생과 환경오염의 주된 원인입니다. 이러한 큰 고민거리를 해결할 방법을 강구해야하는데, 한국의 축산 폐기물을 이용한 유기질 비료를 만드는 기술, 피를 이용한 어류의 사료와 비료생산 기술도 현지에서 시장성이 충분해 보이는 분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Q. 앞에서 카자흐스탄의 유망한 트랜드에 대해서 말씀을 해 주셨는데, 거기에 맞춰서 한국의 농업 관련 기업이 카자흐스탄에 진출할 때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조언을 해 주신다면 어떤게 있을까요?

농업분야에 종사하지 않는 많은 분이 관광하러 오셔서 ‘넓은 땅을 왜 놀리고 있느냐?’, ‘이 농지로 농업 해보면 좋겠는데!' 이런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접근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카자흐스탄의 넓은 땅을 왜 농업에 활용하지 않는지 역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땅이 중요하지만, 농업이 땅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땅이 있으면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물도 있어야 되고, 길도 있어야 되고, 어떤 작목이 땅이 맞는지 세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그후 농업법인 설립을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 단독 법인을 설립할 건지 현지인과 합작 법인을 설립할 건지 상황에 맞는 판단과 선택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시장상황을 꼼꼼하고 세밀하게 따져보지 않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시간을 두고 시장 조사를 차분하게 하시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2022년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의뢰로 작년 말에 약 70페이지 분량의 카자흐스탄 농기자재 진출 가이드북을 저술했습니다. 

가이드북에 카자흐스탄의 주 생산 작물은 어떤것이 있는지, 농업 환경에 어떻게 접근해야 되는지, 농업법인을 어떻게 설립해야 되는지, 수출입 인허가 절차 등 여러 내용을 다뤘습니다. 

또한 오랜 기간의 현장 상황을 바탕으로 경험을 포함해 어떻게 하면 좋겠다는 방향도 제시해 놨으니 참조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해당 내용을 모두 언급하기는 어려운만큼 한인신문에 요청하면 받아 볼 수 있도록 파일을 전달해 놓겠습니다.

 

Q. 카자흐스탄에 살면서, 또는 일하면서 기억에 남거나 보람을 느낀 적이 있었다면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최근 얘기부터 드리면 작년에 한국 농기자재 노지 테스트를 하면서 한국유명 종자회사의 배추와 무우를 재배 했었습니다. 

대상 작물에 한국 비료를 밑거름으로 뿌리고 멀칭과  점적관수를 하고 육묘를 해서 한국 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좋은 품종의 배추와 무우를 재배 했습니다. 

가을이 되니 소문을 듣고 여러 곳에서 팔 수 없냐며 구매 요청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해당기관과 상의해 판매를 하고 판매 금액을 카자흐스탄 농업을 이끌어 갈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해  판매한 금액 전부를 카작 국립농업대학교에 장학금으로 전달했습니다. 농대 총장님이 많이 좋아하셨고, 큰 금액은 아니지만 여러 학생에게 혜택이 돌아갔을 거라고 생각하면 보람을 느낍니다.

또 다른 보람이라면 두 딸 모두 훌륭하게 자라 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큰딸은 카작 국립 의대5년를 마치고 인턴 2년을 거쳐서 7년 동안 공부해서 카자흐스탄 의사 면허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가서 한국 의사 국시를  통과해서 다시 인턴을 거쳐 현재 카톨릭 중앙의료원에서 성형외과 레지던트 1년 차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는 카자흐스탄 한국교민 중 최초라고 합니다.

둘째는 여기서 고등학교까지 공부하고 한국의 간호대학교에 진학해서 지금 종합병원에 간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물어 봅니다. ‘비결이 뭐냐’고 어떻게 해서 아이들이 이렇게 길을 잘 찾아 갔는지.  특별한것이 있는게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항상 ‘감사하자!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고마워하자!’는 생각했고, 이런 생각을 아이들에게도 가르쳤고, 이런 가르침이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향을 끼친 또 다른 것을 말씀드린다면, 같은 책상에서 부모님과 같이 공부 한 것입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1학년 나이에 카자흐스탄에 왔는데 알파벳도 제대로 몰랐고, 저도 대학원에 진학하고, 집사람도 현지 사범대학교를 다니면서 가족이 모여 같이 공부하는 시간, 같이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던 것이 아이들한테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주위에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방향을 제시해 주었던 부분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나 교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알마티는 한 번 오셨던 분들은 또 오고 싶고  살고 싶어 하는 곳’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알마티가 살기 좋은 도시가 되어 갑니다.

그런데 경험해 보셔서 느끼셨겠지만, 그렇게 살기 만만한 도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알마티 물가가 예전 같지도 않고 여러가지 이유로 많이 올라 갈수록 어려워 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본다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저는 몇 년 전부터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긴 이후로 겨울철 농한기에 알마티에서 공연하는 오페라나 발레를 자주 봅니다.

지난달 27일에 지질 발레를 봤고, 4월 2일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 발레 공연, 4월 중순에는 예브게니 오네긴이라는 오페라를 예약을 놓고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발레나 오페라를 감상하기전  미리 찾아서 내용을 이해하고 가시면 충분히 알아 들을 수 있고 두세 시간 동안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문화적인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천산산악회 회장으로 시간 날 때마다 등산을 병행하면서 마음뿐만 아니라 몸 건강을 챙기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등산을 적극 권해드립니다. 다만 혼자서 산행하는 것은 안전 사고 대처를 위해 권해드리지 않으니, 가족, 동료와 아니면 저희 천산산악회와 함께 등산하시는 걸 권장드립니다.

해외 살면서 중요한 의료 서비스를 보면, 현지 의료 기술이 한국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지만 예전에 비해 많이 향상 되어 좋아지고 있습니다.  

너무 두려워하지 마시고 불편한 곳이 있으면 총영사관이나 주위분들한테 물어보시고 중증의 경우가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치료 받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종교적인 이야기는 가급적 언급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저는 천주교 신자입니다, 천주교가 되었든, 기독교가 되었든, 불교나 원불교가 되었든 종교 생활을 통한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면 이국 생활에 마음의 위로를 얻고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힘들지만 해외 교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지셨으면 하는 마음과 하시는 모든 일에 행운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앞으로도 한-카 농업분야 협력이 더 활발해지기를 기대하고, 김훈 대표의 뒤를 이어 양국 농업 협력의 견인차 역할을 감당할 차세대 인력이 양성되길 기대한다.

/한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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