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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광장의 도시-모스크바에서 진행 된 한국역사교육 세미나를 마치고!

by 씨투운짱 2023.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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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광장의 도시-모스크바에서 진행 된 한국역사교육 세미나를 마치고!

지난 11월 첫 주 동안 아주 특별한 해외출장이 있었다. 한국역사 교육 세미나 참석을 위해 모스크바에 다녀왔는데, 세미나 참석 자체에 대한 의미 외에도, 모스크바라는 공간이 가져다 주는 의미 또한 필자에게는 매우 특별했다. 명색이 CIS 전공자로, 정확히 30년 전인 1994년부터 러시아에 첫발을 디디기 시작했건만 공교롭게도 지난 30년 동안 단 한번도 정작 러시아의 심장인 모스크바에는 가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 첫발을 디딘 곳은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냉극점이 있고, 겨울철 한 낮의 기온이 평균 영하 40-50도까지 떨어지는 러시아의 변방 도시 야쿠츠크였다(사하-야쿠티야 공화국, 최고 기록 영하 72도). 야쿠츠크를 시작으로 지난 30년 간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지역의 여러 도시들에 대한 방문이 꾸준히 이어졌지만 모스크바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사실 그 동안 CIS 지역에 대한 현지조사 차 많은 방문 기회들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러시아의 아시아부인 우랄 산맥 이전의 도시들로 출장지가 배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필자에게 모스크바 방문의 기회가 주어졌으니 행사 주최측에 그저 감사한 마음 뿐이다. 

금번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제8회 러시아한글학교협의회 교사연수’는 “러시아한글학교협의회”(회장; 유미경)의 주최로 개최되었다. 본 협의회는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로스토프-나-돈누와 사라토프, 볼고그라드, 카잔, 우파, 페름 등지에서 기능 중인 한글학교와 해당 지역의 대학에서 활동 중인 한국어 및 한국 역사문화 분야 교원들이 주축이 되어 2015년에 설립되었다. 현재 31개 한글학교가 협의회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모스크바 주재 한국대사관과 한국교육원의 지원과 관리 하에 있다. 특별히 금년 세미나에서는 한국역사 분야에 역점을 두고 편성이 되었는데, 참가자들의 언어 사용에 따른 제한과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인 역사 전공자들에 의한’ 한국어와 러시아어로 된 한국역사 특강이 진행되었다. 이는 기존의 소비에트적 역사관을 갖고 있는 현지인 역사 전공자가 아닌 러시아어를 구사할 수 있는 한국인 역사 전공자를 통해 특강을 진행함으로써 현지인 교원들에게 균형잡힌 한국역사관을 제공하는 데에 적지 않은 도움을 가져다 주었다. 필자 또한 2회에 걸쳐서 한국역사 특강을 진행했는데, 진지하게 경청해주신 현지인 참가자들에게 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한편 한국역사 특강 외에도 세미나 행사에서는 효율적인 한국역사 수업을 위한 방법론이 발표되고 논의되었으며, 또 한글학교의 효율적인 운영과 방식 등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 말미에는 각 학교에서 재능있는 교원들이 역사세미나 컨셉에 맞는 “가슴뭉클한” 장기자랑이 있었고, 이를 끝으로 2박3일 간의 뜨거웠던 교원연수는 막을 내렸다.

한편 세미나 이튿날 오후에는 주최측에서 준비한 모스크바 시내 역사탐방이 있었다. 모스크바국립대와 노보데비치 수도원과 묘지, 근엄한 형태의 러시아 정교회 성당들, 모스크바 시내를 유유히 흐르는 모스크바강 등, 비록 주마간산식이었지만 모스크바의 오랜 역사와 웅장함을 느껴볼 수 있었다. 바로 저곳에 2세기 반에 걸친 몽고-타타르족의 압제에도 슬라브족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들이 스며있을 것이다. 역사적 상징물들이 곳곳에 있었지만 시간관계상 다음으로 기약하며 도시탐방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모스크바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 첫발을 디뎠으니 앞으로는 더 자주 방문의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해외 행사에 참가하면서, 한편으로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전통을 경험하는 것만큼 신선한 즐거움도 드물다. 유익한 시간과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해 준 “러시아한글학교협의회” 집행부에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 덕분에 눈과 귀가 호강할 수 있었다.

이병조

(알파라비 카자흐국립대 한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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