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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도시, 알마티에서 펼쳐진 한국-카자흐스탄 상호 문화교류의 향연들!

by 씨투운짱 2023.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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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사진제공(Photography by KOFICE)

한국과 카자흐스탄은 지난 2019년 양국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2022년과 2023년을 ‘상호 문화교류의 해’로 지정했다. 2022년에는 카자흐스탄 콘서트홀에서 개최된 K-POP 콘서트와 한국문화축제를 필두로 한-카자흐 영화산업포럼과 어린이 북 콘서트 및 공연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올해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이하 문체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원장 정길화, 이하 진흥원)은 카자흐스탄 문화예술기관 및 예술가들과 세밀한 접촉과 준비작업 거쳐 7월부터 12월까지 한-카자흐스탄 양국의 문화기관 및 단체들과 함께하는 다섯 개 장르(다큐, 전통, 애니메이션, 연극, 전시)의 문화교류 행사들을 오프라인 공간에서 진행했다.

 

중앙아시아의 떠오르는 강국 카자흐스탄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의 대표적인 ‘스탄’ 국가이다. 국명은 ‘카자흐 민족의 땅’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특히 120여 개가 넘는 다민족 국가라는 특수성으로 민족 화합정책을 국가의 제 1 목표로 두고 있다. 현재는 안정적인 정치와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력을 앞세워 중앙아시아의 강자로 거듭나고 있다. 신생독립국 카자흐스탄이 걸어 온 약 30년의 여정에서 한국은 가장 가까운 동반자 국가들 중의 하나이다. 지난 30년 동안 양국은 전략적인 동반자 관계를 공고히 해 왔으며, 문화, 경제, 교육 등의 여러 분야에서 국가 간 활발한 교류와 협력이 이루지고 있다.

 

교육과 문화의 중심지 카자흐스탄 알마티

카자흐스탄은 과거 소련 구성국가의 일원으로 당시의 사회주의 시대의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향유해왔다. 발레와 오페라, 유명 문학작품들을 배경으로 한 연극과 시낭송, 무용과 노래 등의 공연예술은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소련시기에 공유됐던 문화예술 DNA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도 계승되고 있는데, 이를 반영하듯 도시 곳곳에 예술극장들이 있고 정기적으로 발레와 오페라, 현대무용과 노래, 문학성이 짙게 배어있는 연극 등이 상시 공연되고 있다. 추운 겨울에 펼쳐지는 발레와 오페라, 연극과 공연들은 새하얗게 눈 덮인 알마티의 밤거리를 따뜻하게 녹여주며 카자흐스탄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70여 년 동안 카자흐스탄의 수도였으며(현재는 아스타나) 여전히 문화와 교육의 도시로서 기능을 하고 있는 ‘사과의 도시’ 알마티(‘사과의 할아버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에서 진흥원에 의해 기획된 상호 문화교류 사업들이 실행되었다는 점은 매우 의미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양국 청년의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청년 다큐멘터리 공동 창·제작사업’

2023년 가장 먼저 출발을 알린 것은 다큐멘터리 사업(사업명: 청년 다큐멘터리 공동 창·제작)이다. 본 사업의 취지는 양국의 청년 예술가들이 다큐멘터리 기획부터 완성까지 공동 협업과정을 통해 양국 미래세대 간 지속가능한 교류 기반을 마련하는데 있다. 이를 위해 7월(알마티)과 9월(서울)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카자흐스탄 국립예술아카데미에서 영상을 공부하는 학생 16인과 지도교수 4인이 함께하는 워크숍이 있었다. 이후 ‘한국과 카자흐스탄, 디아스포라의 시간과 교차의 공간’을 주제로 <K-사과-Q : 카자흐스탄의 도시 알마티에서 사라진 사과>, <다이야드 : 고려인 무용가 안나 초이>, <트랙_잉 : 한국과 카자흐스탄 사이를 달리는 기차>, <체리의 새싹 : 우슈토베 마을의 체리 새싹> 총 4개의 단편 다큐멘터리를 공동 제작했다. 제작된 결과물은 11월 27일(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시사회를 통해 한국에 소개됐다. 12월에는 카자흐스탄 바스타우 국제 영화제(Bastau International Film Festival)에 출품되어 현지에도 선보여졌다. 이러한 형태의 교류는 양국간 교류와 협력의 생산적 모델이자, 가장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다 준다. 특히 지난 2-3년 동안의 팬데믹으로 인한 교류단절 속에서 양국의 예술대학 종사자들과 학생들이 함께 얼굴을 맞대고 협업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 성과이다.

한편 지난 9월 23일에는 카자흐스탄에 감동의 한국 전통 선율이 울려 퍼졌다. 바로 카자흐스탄 알마티 극장(Almaty Thetre)에서 개최한 한국 국립국악관혁악단의 <Into the Light> 공연이다. 이 공연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이승훤 지휘), 판소리 명창(조주선), 카자흐스탄 전통악기 돔브라 연주자(아이굴 울켄바예바)가 협연하여 양국 전통민요부터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국악기로 재해석한 연주회다. 선선한 초가을 바람이 느껴지는 알마티의 가을 저녁에 관현악과 기악, 판소리, 돔브라의 선율이 온 객석을 휘감았고 떠나지 못하는 관객들의 이어지는 박수갈채 속에 양국 전통민요를 편곡한 ‘길연’ 앵콜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공연장에는 양국 문화예술관계자, 유관기관 주요인사, 연극과 한국학을 전공하는 카자흐스탄 국립대학의 학생들과 알마티 시민들이 함께했다. 필자의 경험상 알마티에서 이렇게 대규모 전통 음악공연이 성황리에 개최된 적은 드물다. 상대방을 보다 더 깊게 이해하는데 ‘옛 것’을 통한 소통보다 더 나은 것은 없다. 카자흐스탄에는 뜨거운 한류의 열기와 K-POP이 카자흐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그런 카자흐스탄인들에게 이번 전통 음악회는 한국을 알리는 좋은 매개체가 되었을 것이며 참석한 현지 학생들에게는 강의실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특별한 것’을 경험하는 값진 시간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출처_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사진제공(Photography by KOFICE)

 

영화제 플랫폼을 활용한 교류 ‘한-카자흐스탄 애니메이션 특별전’

9월과 10월에는 한국과 카자흐스탄 양국의 영화제에서 서로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소개하는 특별전을 교차로 개최했다. 먼저 9월 8일 개최한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국제단편영화제(BAIQONYR International short film festival) ‘한국 애니메이션 특별전’에서는 장편 2편, 단편 10편 등 총 12편의 한국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다. 이어서 10월 21일에는 부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카자흐스탄 애니메이션 특별전’을 개최해 장편 1편, 단편 8편 등 총 9편의 카자흐스탄 애니메이션을 소개했다. 애니메이션 상영회 외에도 관객과의 대화, 스페셜토크, 마스터클래스 강의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진행하며 제작자, 배우, 그리고 현지 관객들 간의 만남의 기회들을 만들었다. 바이코노르 국제단편영화제 현지 방문객 수는 약 7,250여명으로 집계되었고, 특별전의 모든 회차별 객석점유율은 80% 이상을 기록했다. 부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특별전 애니메이션을 상영한 부천CGV의 객석점유율 또한 70%에 달할 정도로 양 국가 모두 서로의 애니메이션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애니메이션 매개체를 통해 상대국의 문화콘텐츠를 경험하고, 주변 정보를 함께 이야기하고, 또 배우면서 애니메이션 자체에 대한 정보만이 아니라 상대 국가의 문화와 지식을 알아갈 수 있는 귀중한 만남이었다.

 

한-카자흐스탄 배우가 함께 호흡했던 ‘청년연극 공동 창·제작사업’

11월에는 양국의 배우가 열정적으로 함께 만들어낸 연극 작품 <환의 나라>가 카자흐스탄 국립 아카데미 청년 예술극장(11월 11일~12일)에서 현지의 큰 관심 속에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연극 분야에서 다른 국가의 배우들이 협업하는 방식이 거의 없었던 만큼 준비 단계부터 많은 주목을 받은 이 연극은 진흥원과 카자흐스탄 국립아카데미 고려극장, 카자흐스탄 국립아카데미 청년예술극장이 협력해 공동 제작했다. 고려극장은 강제이주 이전 극동시기인 1932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된 ‘조선극장’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해외 한민족 사회에서 유일하게 90여 년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독보적인 극장으로 강제이주 이후 소련시기를 거치며 ‘심청전’, ‘흥부와 놀부’ 등 연극, 노래, 무용 등 한민족의 고전과 전통예술을 계승하는데 앞장서 왔다. 이번 연극에도 고려극장의 배우들은 한국어로 대사를 전하며 같은 민족적 정체성과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연극은 ‘단군신화’를 소재로 홍익인간의 정신인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라’는 경계를 넘어선 인류애를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단군신화’는 카자흐스탄 중앙은행이 고려인들을 위해 발행한 단군기념주화의 모티브로 활용되기도 했다. 주요 배역으로는 하늘의 신 ‘환인’ 역에 연극, 영화, 드라마 등 폭넓은 필모그래피로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김응수 배우가 출연했다. 또한 야망 있는 웅족의 2인자 ‘갈한’에 노련함과 무게감으로 무대를 장악하는 손종학 배우, 그룹 인피니트로 국내외 많은 사랑을 받는 이성열 배우가 연기에 대한 열정과 애정으로 하늘과 땅의 아들 ‘단군’역을 연기했다. 또한 오디션으로 선발된 한국의 청년 배우들과 카자흐스탄 국립아카데미 고려극장, 카자흐스탄 국립아카데미 청년예술극장 소속 배우를 포함해 총 38인의 배우가 열연했다. 알마티에서는 한국에서 온 배우들이 함께하는 연극공연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양국 공동으로 제작된 연극을 접해보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번 공연은 한국학, 연극영화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뿐 아니라 일반 카자흐스탄 관객들에게도 여러모로 생각해 보게 만든 의미 있는 공연임이 틀림없다.

 

예술로 남긴 발자취, 김옥선 개인전 – 당신과 나의 이야기

11월 14일부터 12월 8일까지는 카스티예브 국립예술박물관(A.  Kasteyev State Museum of Arts of the Republic of Kazakhstan)에서 <당신과 나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김옥선 작가의 대표작 47점을 소개했다. 이 전시는 지구를 이동하는 다양한 이주자들의 모습을 통해 구소련의 강제 이주정책부터 오늘날 문화와 산업적 수요에 의한 이동까지 현대사를 관통해온 한국과 카자흐스탄 간 교류의 역사를 사유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작가 김옥선은 지난 20년간 여성과 국제결혼 커플, 제주에 거주하는 이방인들의 모습 등을 사진에 담아 온 인물이다. 카자흐스탄은 20세기 초 고려인의 강제 이주와 한반도와의 이념적 단절이라는 역사적 아픔과 현실을 안고 있는 곳이다. 현대에는 K-POP과 유튜브로 매개되는 대중문화와 산업이 상호교류하며 양국 간 동반자적 관계가 이어져 오고 있다. 작가는 전시물을 통해 다양한 이유로 이주를 한 여러 사람의 삶이 담고 있는 개인 서사와 그 이면의 시대사를 사진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보여주고 이를 통해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교류 역사를 새롭게 상상하도록 이끌고 있다. 본 전시에 앞서,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넘어 카자흐스탄 최초 컨템포러리 축제인 아트바트 문화예술축제(ARTBAT Festival)와 협력하여 9월 10일부터 11월 15일까지 알마티 아르밧 거리일대에서 김옥선 작가 전시 대표작 5점을 전시하였고 약 67,000여명이 해당 전시를 관람하기도 했다.

 

한국이 중앙아시아를 바라보는 눈은 항상 특별하다. 주요 자원외교 대상지 중의 한 곳이며 한류와 K-POP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상호 무비자협정국으로 한국에도 몇 만 명 단위의 카자흐스탄인들이 한국의 경제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길고 길었던 팬데믹 이후 진흥원에서 수행된 다섯 개 상호 문화교류 사업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의미 있고 향후 한-카자흐스탄 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향후 양국 간에 더 폭넓은 분야에서 깊은 문화교류가 지속되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제공:이병조(알파라비 카자흐국립대학교 한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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