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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이 국립사범대학교에서의 첫 번째 활동을 마치며-국립국제교육원 한국어교원 배문기

by 씨투운짱 2023.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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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하나, , ! 감사합니다~.”

아바이 국립사범대학교 한국어 전공반 교실에서는 수업이 끝날 때마다 학생들이 모두 일어나서 이렇게 인사를 한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시키지도 않았는데 매번 이런 인사를 받는 기분은 어떨까?

필자는 한국 국립국제교육원 교원해외파견 한국어교원으로서 2022 9월부터 아바이 국립사범대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교원해외파견 사업은 국립국제교육원에서 한국 교원에게 해외교육 봉사활동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교원의 글로벌 교육역량 강화 및 선진화된 교수 방법 제공 등을 통하여 개발도상국의 기초교육향상을 지원하기 위해 실시하는 사업이다.

1928년에 개교한 아바이 국립사범대학교는 2021년에 한국어 전공반이 신설되어 현재 전공반 학생 35, 부전공반 학생 109명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한국에서 수많은 해외 유학생들을 만나 봤지만 카자흐스탄 국적의 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한 경험은 없었다. 그래서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근무지가 결정되었을 때 무척 설레고

기대가 되었다. 학생들은 이미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K-pop이나 한국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한국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인과 직접 만나서 소통해 본 경험이 전무하였기에 나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학생들에게는 한국 또는 한국 사람의 모습으로 비춰질 거라는 막중한 책임감도 느꼈다.

 

한국어 전공반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한국어 수업이었다.

알마티에 입국하자마자 바로 수업을 하게 되었고 전공반이 신설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학기 초에 다소 혼란스러운 점이 있었다. 하지만 원활한 수업을 위해서 팀 티칭을 했던 현지 선생님들과 수시로 소통하면서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을 높이는 데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한국어 수업뿐만 아니라 한국 대학생들의 대학 생활을 현지 상황에 맞게 많이 소개해 주고 싶었다.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겼던 학기 초에 1, 2학년 한국어 전공반 교류 행사를 열었다.

한국의 신입생 환영회 같은 행사였는데 동양언어학 학과장, 한국어 전공반 교사, 한국어

전공반 학생 등 40여 명이 참석하여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다. 1, 2학년 학생들이 같이 모인 첫 번째 자리였는데 새로 입학한 학생들을 환영하고 한국어 관련 게임도 하면서 상호 교류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카자흐 세계언어대학교에서 열린 제12회 중앙아시아 한국학올림피아드, 7 CIS 대학생 및 대학원생 한국학학술대회에도 참가하였다. 다른 대학, 다른 나라의 한국어 전공반 학생들을 만나면서 현재의 나를 돌아보고 앞으로 한국어를 공부하는 데에 큰 동기 부여가 되었던 좋은 자리였다.

 봄 기운이 완연했던 4월에는 아바이 국립사범대학교 강당에서 나우르즈 축하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이 행사에는 아바이 사범대학교 부총장, 언어학부장, 동양언어학과장, 한국교육원 원장 등 많은 내외빈들이 참석하여 카자흐스탄의 큰 명절인 나우르즈를 축하하고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을 격려해 주었다. 한국어 전공반, 부전공반 학생 12개 팀 40여 명이 참가하여 그동안 숨겨두었던 춤, 노래, 악기 연주, 연기 등의 실력을 마음껏 뽐냈고 100여 명의 학생들이 열띤 응원으로 호응해 주어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학기 말에는 UCC Contest가 있었는데 일 년 동안 한국어를 공부했던 모습, 학교 생활 등을 영상으로 담아 학생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카자흐스탄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한국에서 공부하는 외국 유학생들만큼 문화 수업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좀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활동들을 수업에 접목시키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예를 들어 돈의 단위를 배우고 물건을 사고 파는 대화가 나왔을 때, 단순히 듣고 말하기로 끝내는 게 아니라 직접 돈을 주고받으면서 물건을 사고 파는 역할 놀이를 할 수 있게 준비해 주었다. 한국 돈을 직접 준비하기 어려우니 학습 자료로 제작된 파일을 출력하여 코팅한 후 주인, 손님 역할을 하는 시장 놀이를 해 봤는데 학생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 

 설날을 맞이하여 한국의 전통놀이 체험도 해 봤다. 비석치기, 제기차기, 딱지치기, 세배 등을 하면서 그동안 책이나 영상 매체로만 봤던 한국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 자기가 원하는 문구나 좋아하는 그림을 직접 그려서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부채를 만드는 수업도 했는데 학생들의 호응이 아주 좋았다.

그 밖에 한국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게임들을 수업에 접목시켜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에 좀 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였다.

 

 작은 성과도 있었다.

한국어 전공반 2학년 학생들과 지난 2월부터 방과 후, 주말, 휴일 가리지 않고 토픽 대비반 수업을 진행하였는데 지난 4월에 실시된 제87회 토픽에서 응시자 10명 모두 합격하는 경사(2 8, 1 2)가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한국어 학습에 큰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려는 의지가 생겼다고 본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과 의미 있는 행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에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파견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늘 신경 써 주신 아바이 국립사범대학교 관계자,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해 준 알마티에서 만난 한인들, 특히 학기 내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알마티 한국교육원 관계자들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

 

카자흐스탄 내 한국어 전공반이 있는 유수한 학교들이 많이 있다. 그런 학교에 비하면 아바이 국립사범대학교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며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있는 힘껏 돕고 싶다.

앞으로 아바이 국립사범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을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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