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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해의 도시-바쿠에서 진행 된 한국학 국제학술대회를 마치고!_이병조(알파라비 카자흐국립대 한국학과 교수)

by 씨투운짱 2023.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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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티 거리에 수놓은 듯 들어서 있는 아름드리 나무들과 초목마다 봄맞이가 한창이다. 움이 트고 잎이 나오면 온 거리는 금새 짙은 녹음과 봄향기로 뒤덮일 것이다. 코 끝에 봄내음이 물씬 느껴지는 3월 중순에 조금은 특별한 여행이 있었다. 바로 한국학 국제학술대회가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개최되었는데, 여러 명의 학과동료들과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하며 뜻깊은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된 바쿠는 바다처럼 넓고 큰 호수인 카스피해에 위치한 매우 아름다운 도시이다. 바쿠는 카스피해를 사이에 두고 카자흐스탄 서쪽의 카스피해 연안의 도시들(악타우나 아트라우)과 비스듬히 마주하고 있다. 사실 카스피해는 카자흐스탄에서 살아오며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했는데, 이번에 국제학술대회 덕분에 흥미롭게도 카자흐스탄이 아닌 아제르바이잔에서 먼저 카스피해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게 된 것이다.

 

금번 한국학 국제학술대회는 튀르키예 에르지예스대학교(한국어문학과) 해외한국학 중핵대학사업단의 주최로 아제르바이잔 언어대학교에서 개최되었다. 2000년에 문을 연 에르지예스대학교 한국어문학과는 지난 20여 년 동안 튀르키예의 한국학 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고, 한국학 전문가 양성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알타이벨트 한국학 연구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한국학 국제학술대회는 중앙아시아에서의 한국학 연구의 발전을 도모하는 동시에, 한국-튀르키예 알타이 벨트에서의 한국학 연구의 발흥을 모색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진행되었다. 즉 이러한 목적 하에 정치, 경제, 역사, 문화, 언어, 사회, 문학 등 한국학의 모든 제반 영역에서의 지역 간 연구 네트워크 구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국제학술대회는 아제르바이잔 언어대학교의 따뜻한 환대 속에서 막이 올랐다. 주목할 부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여러 나라들에서 많은 수의 발표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다는 점이다. 주최측인 튀르키예 에르지예스대학교와 아제르바이잔 언어대학교를 포함하여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즈스탄, 러시아 내 여러 대학들과 한국의 대학들에서 50여명의 발표자들이 함께 했다. 여기에 외부에서 온 수 십 명의 참관자들 또한 함께 하면서 국제학술행사는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발표와 질의응답 과정에서 각 지역에서 온 한국학 연구자들은 한국학 관련 정보교환의 시간을 가졌고, 금번 국제학술회의는 한국학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서로 간의 협력과 교류, 네트워크를 다질 수 있는 나눔의 장터가 되어 주었다. 필자가 속한 알파라비 카자흐국립대학교에서도 6명이 참가했는데, 젊은 신진 연구자들에게 매우 유익하고 좋은 경험의 시간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국제학술회의 이튿날 오후에 주최측에서 준비한 바쿠 시내 견학은 참가자들 모두에게 잊지 못한 추억과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바쿠라는 명칭의 어원은신의 도시’, ‘신의 장소라는 고대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는 불타는 석유와 가스 유전 관계가 있고, ‘바람이 부는이라는 의미의 페르시아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바쿠는 CIS지역에서 유명한 석유 생산지역이고,  바람이 많고 자주 분다. 우리가 체류하고 있는 동안에도 바쿠 시내에서는 밤낮 구분없이 계속해서 강한 바람이 자주 불었다. 바다처럼 넓고  호수-카스피해 연안에 자리잡은 바쿠는  어떤 수식어로도 형용할  없을 정도의 천해의 아름다운 자연조건을 품고 있었다. 특히 많은 수의 도시 건물들은 19-20세기에 걸쳐 건축된 것이었는데, 보존이 매우  되어 있어서 도시는 마치 거대한 박물관처럼 보였다. 오랜 역사와 전통, 문화가 살아 숨쉬는 도시-바쿠에서의 견학은 학술회의 이외의  다른 즐거움이자  기쁨이었다. 

 

국제학술회의에 참가하고,  행사 기간 동안에  나라의 역사와 문화, 전통을 경험하는 것만큼 신선한 즐거움도 드물다. 유익한 시간과 잊지 못할 경험을선사해  국제학술회의 주최측에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 덕분에 싱그러운 초봄에 눈과 귀가 호강할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가보고싶었던 CIS국가  곳을  가볼  있는 기회가 되었다. 바쿠에서 바라  카스피해의 푸른 물결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강한 바람이 귓전에 울리는 듯하다. 벌써부터 멋진 도시, 바쿠에 다시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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