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출신, 군인 공제회, 민주평통자문회의 중앙아시아협회장, 겨레얼살리기 운동본부, 고려인의 꿈 재단, 중앙아시아 통일과 나눔 아카데미…
이 모든 수식어의 주인공이 현재 중앙아시아 통일과 나눔 아카데미 이재완 원장이다.
필자가 기억하는 이재완 원장은 카자흐스탄 현지에서 한인과 고려인 사회의 화합과 교류를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노력하는 사람이다.
한인신문에서 기획인터뷰_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세번째 주인공으로 이재완 원장을 만났다.
Q. 제가 알고 있는 카자흐스탄 교민 중 유일하게 장성으로 예편하신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카자흐스탄과는 어떤 인연으로 오게 되셨고,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하셨습니까?
A. 벌써 14년 7개월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카자흐스탄에 오게 된 배경은 1996년 8월 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 총참모대학(대한민국의 국방대학원)에서 2년간 유학을 한 덕분입니다.
군인공제회에서 카자흐스탄에 투자를 하였는데 책임자를 선발하는데 러시아 문화를 이해하고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찾다 보니 제가 선발되어 카자흐스탄에 오게 되었습니다.
군인공제회의 일을 4년간 하면서,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일을 하게 되었고, 군인공제회 일을 마친 후에는 겨레얼살리기 운동본부, 고려인의꿈 재단, 통일문화연구원과 일을 같이 하면서 알마티에 중앙아시아 통일과나눔 아카데미를 설립하여 고려인 차세대들에게 한글 및 전통문화교육, 장학금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앙대의료원 교육협력 현대병원과 인연을 맺어 1937년 강제이주된 고려인들의 정착을 도와준 카자흐인들에게 보답하는 의미로 딸띄고르간과 우쉬토베에서 2018년부터 의료봉사를 하고 있으며, 최초정착지인 바스토베 언덕 하단에 한∙카 우호공원을 4년째 조성하고 있습니다.
Q. 한-카 우호공원 조성에 큰 역할을 하셨고, 앞으로도 추가 조성되는 부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카 우호 공원에 대한 설명과 앞으로 계획된 내용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A. 우호공원을 조성하게 된 배경은 2018년 7월 의료봉사를 마친 현대병원 의료진 및 통일문화연구원 봉사단이 2012년 5월 카자흐스탄 고려인협회에서 세운 감사비가 있는 바스토베를 방문하였는데 황폐해진 주변 모습을 보고 이곳에 추모비를 세워 고려인을 추모하는 추모공원으로 만들자는 통일문화연구원(이사장 라종억)과 현대병원(원장 김부섭)의 제안으로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2019년 7월 ‘同族如天’(동포를 하늘처럼 섬김)이란 추모비를 건립하여 준공식을 마친 후 카라탈군과 한∙카 우호공원으로 조성하기로 의견을 모아 현 카자흐스탄 토카에프 대통령의 글이 새겨진 우호기념비를 세웠고, 카라탈군은 이 지역일대를 공원지역으로 지정하여 영구히 관리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2022년에는 고려인 항일 독립운동가 15명을 추모하는 추모의벽을 건립하여 디아스포라인 고려인들의 항일투쟁 역사를 찾아 대외적으로 알렸습니다.
우호공원을 조성한 목적은 한민족의 후세들에게 우리의 슬픈 역사를 되새기는 교육장소로 활용하기 위함입니다.
올해는 주차장, 한국식 정자, 화장실 등을 설치할 계획이며 훼손된 울타리 및 보도블록을 교체하고 나무도 심을 예정입니다.
Q. 또한 코로나 이전부터 여름에 꾸준이 의료봉사 활동을 해 온 것으로 압니다. 올해도 여름에 의료 봉사 활동이 예정된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현지 반응은 어떻습니까?
A. 올해는 7월 21일부터 28일까지 1주일간 딸띄고르간에서 의료봉사를 할 예정입니다.
이번 의료봉사는 예년 보다 정형외과 및 외과수술에 비중을 두고 할 예정이며 일반진료는 현지의사와 함께 공동 진료를 하면서 약 처방 및 조치를 현지의사가 할 수 있도록 방법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현지 의사들의 수준을 향상하는데 있으며, 환자들에게는 일회성의 조치가 아니라 현지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2022년 의료봉사시 일반진료를 1,603명 하였고, 27명의 환자가 수술을 받았습니다.
벌써 4년째 같은 장소에서 진행되어 딸띄고르간 지역 외 주민들에게도 알려져 많은 분들이 찾아오고 있으며, 1937년 강제이주된 고려인 정착을 도와준 카자흐국민에게 보답하는 의미로 한국의료진이 봉사하고 있다고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Q. 의료 봉사팀으로 오는 현대 병원에서 카자흐스탄 현지에 병원 개설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있습니다. 어떤 형태의 병원을 계획하고 있는지 병원 규모는 어느정도 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A. 현대병원이 카자흐스탄에서 의료봉사를 하면서 근골격계 관련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많이 보았고, 소아기 때 척추와 사지가 변형된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해 기형상태로 된 것을 치료하면서 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정형외과, 외과, 영상의학과와 40 병상을 갖춘 전문병원의 개설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카자흐스탄 의료법적인 문제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 검토가 끝나면 절차에 따라 추진할 예정입니다.
Q. KT&G와 통일문화연구원이 카자흐스탄에 ‘한국어학당’ 개관 MOU를 체결하고 올해 개관 예정인 것으로 압니다. 중앙아시아 통일과 나눔 아카데미에서 ‘한국어학당’의 실질적인 운영과 관리를 맡아서 하는 것으로 아는데, ‘한국어학당’ 소개와 더불어 앞으로의 운영 방안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A. 2022년 10월26일 서울에 있는 KT&G 본사에서 카자흐스탄 KT&G한국어학당 조성과 운영을 위한 업무 협약식이 있었습니다.
그간 통일문화연구원은 고려인을 위한 한글 및 전통문화 교육을 중앙아시아 통일과나눔 아카데미를 통해 지원했었는데 알마티에 KT&G 한국어학당을 개관하게 됨으로서 고려인 및 현지인에 대한 한글 교육을 더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KT&G 한국어학당은 2023년 1월1일부로 개관하여 한산학원(원장 한넬리)과 협력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5명의 강사진에 의해 8개 학급, 69명이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고려인 어르신들도 교육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는 고려인 항일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도 교육 기회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Q. 카자흐스탄 고려인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한인과 고려인 사이 친목 확대와 협력을 위해 조언해 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민주평통 활동을 8년간 하면서 고려인을 알게 되었고 고려인 사회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고려인을 처음 보았을 때 동포라는 마음으로 쉽게 다가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러시아인 보다 더 러시아인 같은 모습을 보았고, 이제는 더 카자흐인이 되어가는 모습을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월22일 알마티 공화국궁전에서 열린 고려인 설날 잔치에서 보여준 무대는 지난 85년간의 디아스포라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고, 앞으로 카자흐 민족들과 어떻게 살아가겠다는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였습니다.
우리 교민들은 디아스포라인 고려인들의 이런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래도 한인회에서 체육대회를 통해 그 끈을 이어가고 있으니 이 끈을 놓치 말아야 합니다.
앞으로 고려인과의 관계는 다문화가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확대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다문화 가정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한인회나 고려인협회는 다문화가정을 통해 고려인과 교민들이 카자흐스탄에서 안정적인 위치를 공고히 하는데 한국정부를 잘 활용하여야 합니다.
올해 재외동포청이 설립되는 시점을 이용하여 이런 의견들이 반영될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Q. 카자흐스탄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카자흐스탄에 살면서 느낀 좋은 점이나 추천하고 싶은 것, 또는 주의할 점 등)
A. 알마티에 있다가 한국에 가신 분들을 만나보면 이구동성으로 알마티를 그리워하며 특히 천산주변을 자주 가보지 않은 것을 후회합니다.
교통, 숙박시설 등 인프라 구축이 안 되어서 그렇지 불편을 조금만 감수하면 알마티 근교에 좋은 곳이 많습니다.
상황이 좋아 지면 간다고 생각지 마시고 정례적으로 산에 오르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혼자가시기 어려우시면 매주 토요일 천산산악회 산행에 동행 하시면 됩니다.
제가 건강을 유지하면서 14년간 카자흐스탄에서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천산산악회 덕분입니다.
후회하기 전에 이재완 원장의 권유처럼 산에 올라 보거나 가까운 근교에 다녀와 보는 건 어떨까 싶다.
/한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