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학부 복도가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한바탕 시끌버끌하다. 알록달록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다니며 사진찍기에 바쁘다. 매년 이맘때 쯤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한민족 대명절-추석 한가위! 바로 한국학과 학생들이 본격적인 추석 행사에 앞서 오매불망 기다려 오던 한복 입어보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만족스런 표정과 미소를 머금고 예쁜 자태를 취하며 셀카를 찍는가 싶더니 이제는 누가 시작했는지 즉석 한복패션쇼까지 펼쳐진다. 천사가 따로 없다. 학생들의 한복을 입은 자태는 언제 보아도 최고이다. 주변에 몰려 든 타과 학생들이며 교원들 모두 우리 학생들에게 엄지척을 보내준다. 추석맞이 1부 행사는 그렇게 막을 내렸고, 1학년 신입생들은 추석맞이 행사에서 마침내 한복을 입어보는 소원을 풀었다.
추석맞이 2부 행사로 학생들과 전통음식을 함께 나누며 한국의 전통명절-한가위 추석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른 음식과 달리 송편을 직접 만들어보는 것은 많은 수고로움과 어려움이 따르는 관계로 이번에도 주문된 인절미와 둥근 꿀떡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1학년 학생들이 줄지어 선채로 접대용 접시에 인절미와 둥근 굴떡을 담았고, 모여드는 학생들에게 떡이 담긴 접시들을 건네 주었다. 추석맞이 행사는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한국학과의 많은 학생들이 수업 후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행사장을 찾아 주었고, 교원들 또한 얼굴을 보이며 특별히 한복을 입고 봉사 중인 1학년생들을 격려하고 북돋아 주었다. 한편 추석맞이 행사는 타 학과생들에게도 항상 인기가 좋다. 금년에도 동방학부 내 적지 않은 타과 학생들도 함께 했는데, 비록 적은 양이 제공되었지만, 한국의 전통명절 음식을 함께 맛보며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먹거리가 있는 잔치에서는 늘 인심도 후해지기 마련이다. 추석맞이 행사는 동방학부의 각 학과마다 떡을 돌리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고운 한복 차림의 1학년 학생들이 떡이 가득히 담긴 접시들을 학장실과 학과사무실마다 돌렸는데, 주는 이에게도 받는 이에게도 마음이 풍성해 지는 흐뭇한 순간이었다. 매해 한국학과로부터 떡을 받아왔던 학부구성원들에게 떡돌리기는 그다지 낯선 풍경은 아니지만, 받아볼 때마다 크게 기뻐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추석맞이 행사 개최의 보람이 느껴지곤 한다.
매해 한국학과에서 정기적으로 진행해 오는 행사들(선후배 간의 만남, 추석맞이, K-Culture Day, 한국학주간 등)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추석맞이 행사는 한국학과 학생들 뿐만 아니라 타과 학생들에게도 많은 주목과 관심을 받고 있다. 단순히 음식만 체험하는 것이 아닌, 카자흐 전통명절과 비교하며, 한국이라는 나라의 대전통명절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나마 체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학을 전공하고 있는 우리 학생들에게는 말할 나위없이 유익한 시간이다. 떡을 함께 나누며 선후배 간에 우정을 쌓고 서로 돈독해 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금년에도 한국학과 학생들의 열렬한 호응과 응원 속에 한가위 추석맞이 행사가 잘 마무리 되었다. 한복을 입고 학부 복도를 누비며 사진을 찍고 즐거워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참 보기가 좋았다. 또 만족스런 표정 속에 떡을 먹으며 행복해 하는 학생들의 얼굴들 속에서 행사 개최의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 말했듯이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고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다만 너무 평범해서 그것을 행복이라 잘 느끼지 못할 따름이다. 아름다운 전통이 아름다운 학생들에 의해서 계속 이어져 나가게 되기를 희망하며, 추수의 계절-가을의 풍성함이 2023-24학년도 우리 학생들의 삶 속에서도 좋은 결실로 이어져 나가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이병조(알파라비 카자흐국립대 한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