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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문학작가들의 “카자흐스탄 한달살기”

by 씨투운짱 2023.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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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문학작가들의 “카자흐스탄 한달살기”

강렬한 태양이 초원을 뜨겁게 내리쬐던 7월 말 저녁에 알마티 공항 입국장에 반가운 얼굴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2016년에 12명의 문학작가들이 처음으로 카자흐스탄을 다녀갔었는데, 이번에 6명의 작가들이 다시 한번 알마티를 방문한 것이다(2명은 첫 방문).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사람이면 누구나 다시 한번 카자흐 땅을 찾아오곤 한다. 그것은 아마도 카자흐스탄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매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요즘 한국에서는 특정지역에서 한달 동안 살아보는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해외로까지 이어져 해외 한달살기를 하려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번에 알마티를 다시 찾은 작가들 또한 해외 한달살기의 일환에서 방문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 목적은 단순한 휴식이 아닌, 색다른 환경에서 힐링하고 에너지를 충전하고, 무엇보다 새로운 영감을 얻으며 작품을 구상하고 집필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세계의 많은 나라들 중에서도 특별히 카자흐스탄이 해외 한달살기의 대상국으로 낙점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카자흐스탄의 드넓은 초원, 꿀보다 달콤한 갖가지의 과일들과 샤슬릭을 비롯한 특별한 맛의 음식들, 그리고 인정이 넘치는 사람들과 아름드리 나무들이 가득 들어서 있는 아름다운 사과의 도시 알마티를 그 동안 잊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9년차 해외살이를 하고 있는 필자의 눈에 비친 카자흐스탄에 대한 생각 또한 방문 작가들의 그것과 거의 유사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번에 방문한 작가들은 아동 및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동시, 동화, 역사소설 등의 분야에서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잘 알려진 유명 작가들이다. 방문작가들이 카자흐스탄 한달살기를 위해 둥지를 튼 곳은 알마티를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는 천산 자락이다. 맑은 공기로 둘러싸인 숙소 옆으로는 천산의 만년설이 녹은 물이 하루종일 흘러내리고 있다. 방문 작가들은 7월 말에 시작하여 카자흐스탄 한달살기 중 어느 덧 열흘째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일 영상 30-37도 사이를 오가는 알마티의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방문 작가들은 천산에서 불어 내리는 청명한 바람에 열기를 식히며 멋진 작품을 위한 집필활동에 열정을 쏟아내고 있다. 알마티의 도심에서와는 다른 고즈넉한 분위기와 친환경적인 생활조건들이 작품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작가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방문 작가들의 생활 반경은 숙소에서만 머물러 있지는 않다. 그들은 주말과 휴일이면 카자흐스탄의 문화와 전통체험, 교육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관련 장소들을 찾아보고 있다. 첫 주에는 카자흐스탄 대학교육의 중심인 알파라비 카자흐국립대를 방문하여 카자흐스탄 대학과 청소년 교육, 그리고 한국학 교육 상황에 대해서 현장에서 듣고 교육현장을 체험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방문 작가들은 특히 고려인이나 한민족항일애국지사 관련 역사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그 일환으로 작가들은 크즐오르다를 방문하여 홍범도 묘지와 홍범도 거리, 역사학자 계봉우 묘지와 거주지, 15만원 탈취 사건의 생존자인 최봉설 거주지, 고려사범대학의 전신인 크즐오르다 국립대학 등을 돌아보았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애국애족의 정신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역사소설의 모티브와 영감을 얻을 수도 있는 공간이기에 크즐오르다 방문은 작가들 모두에게 특별한 시간으로 다가왔으리라 생각된다.

6명의 한국인 문학작가들의 카자흐스탄 한달살기는 아직 진행 중이다. 남아있는 시간 동안 방문 작가들은 카자흐스탄에 대해 더 많은 정보들은 접하게 될 것이다. 쿠난바예프 아바이와 아우에조프 무흐타르와 같은 카자흐스탄의 저명한 민족문학가들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알게 될 것이고, 카자흐스탄과 CIS 전역에서 발전되어 온 고려인 디아스포라 문학에 대해서도 접하게 될 것이다. 또한 고려극장을 돌아보며 한민족의 고전문학작품들이 어떻게 연극으로 구현되고 왔는지, 고려일보(선봉, 레닌기치의 후신) 지면에서 얼마나 많은 작품들이 연재되고 대중에게 알려져 왔는지에 대해서 알게 되는 기회도 갖게 될 것으로 본다. “카자흐스탄 한달살기를 위해 알마티를 선택하고 방문해 준 작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모두의 건강과 알마티에서의 성공적인 한달살기를 기원한다. 

이병조(알파라비 카자흐국립대 한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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